고 이해찬 상임고문 49재 추도사
추도사 · 더불어민주당 공식 모두발언
2026.09.07 수집본 대조 · 수집 원문의 발언자 구간 대조
■ 정청래 당대표#
삼가 고인의 영전에 두 손을 모읍니다. 총리님 가신 지 49일, 불교에서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49일 동안 다음 생으로 가는 여정을 걷는다고 합니다. 그 마지막 날인 오늘, 저는 이해찬 전 총리님께서 부디 그 무겁고 길었던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곳으로 가셨기를 온 마음으로 빕니다.#
총리님, 저는 아직도 휴대폰 일정표에서 메모 하나를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. 1월 29일 목요일 저녁 6시 이해찬 전 총리님, 총리님이 베트남 민주평통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시면 당대표로서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해 드리려고 손수 잡아두었던 그 약속입니다. 영결식 추도사를 읽다가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 때문에 목이 메었습니다. 49일이 지난 오늘도 그 일정을 지우는 것이 총리님을 제 기억에서 지우는 것 같아서 차마 손이 가지 않습니다.#
총리님, 기억하십니까? 2018년에 저는 총리님 편이었습니다.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이 열렸을 때, 이해찬 총리님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고, 당선을 위해 같이 열심히 뛰었습니다. 지금도 그 선택이 너무나 옳았다고 생각합니다. 총리님은 당대표가 되셨고 당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셨습니다. 후배 당대표로서 이해찬 선배 당대표님의 길을 가겠습니다.#
민주당은 500만 당원의 시대를 열었습니다. 당원이 주인인 당원주권 시대를 열었습니다. 총리님께서 당원주권 정당의 첫 돌을 놓으셨습니다. 저는 그 돌탑 위에 마지막 돌을 올리겠습니다. 2020년 제21대 총선 180석의 기적을 만들어 내셨습니다.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압승이었고, 그 토대 위에서 이재명 정부가 탄생했고, 결국 제가 오늘 민주당 당대표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. 총리님께서 총선 압승을 이루어 냈듯 저도 6.3 지방선거 압승의 책무를 이어가겠습니다.#
총리님, 총리님은 늘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었지만 결코 행세를 하지 않으셨습니다. 그저 조용히 어느 자리에서 문득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. “에이 사람이 그러면 못 써.” 그 의미가 정치인은 세 가지의 실을 가져야 한다. 진실, 성실, 절실해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.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‘참 쉬운 말씀이시네’라고 생각했습니다.#
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. 총리님이야말로 그 세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으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. 안기부 고문실에서 진실했고,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성실했으며, 마지막 숨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실했던 분, 그 삶이 그 말의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. 총리님이 평생을 그렇게 사셨기에 그 말씀이 허언 아니라 유언처럼 들립니다.#
지난해 8월 저는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었습니다. 총리님이 저를 보시며 나직이 말씀하셨습니다. “내란 관련 세력들이 아직도 여기저기서 암약하고 있어, 단단히 챙겨야 해.”#
저는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. 총리님의 그 한마디는 제 등을 밀어주는 말씀이셨습니다. 수십 년을 독재와 싸우고 내란과 싸우고 불의와 싸워온 분에 입에서 나온 그 말의 무게가 달랐습니다. 그날의 총리님은 여전히 투사셨습니다. 연세와 상관없이 직함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한 그 불꽃은 조금도 꺼지지 않으셨습니다. 그런데 그만 그 여름날이 제가 총리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던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.#
총리님, 1월 24일 총리님이 베트남에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. 저는 온 마음을 모아 기도했습니다. 그런데 이튿날 제주도 행사 중에 총리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. 좀 더 일찍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, 좀 더 자주 찾아뵈었어야 했는데, 그 만찬을 더 일찍 잡았어야 했는데, 그런 후회들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.#
총리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. 저는 무엇보다 김대중, 노무현, 문재인, 이재명 네 분의 대통령, 민주 진영의 네 번의 역사적 승리, 그 모든 승리의 설계도에 총리님의 이름이 앞줄에 쓰여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.#
총리님이 가신 지 오늘 49일, 이제 저 하늘 어딘가에서 오랜 동지들을 만나셨겠지요. 저는 얼마든지 그동안 우리 잘 살았지 하고 놓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. 총리님께서는 고문도 없고 선거도 없고 내란도 없는 그곳에서 얼마든지 평화를 누리며 살 자격이 충분합니다.#
총리님, 총리님은 저의 정치적 스승이셨습니다. 그저 살아가시는 그 모습이 저에게는 언제나 감동적인 강의였습니다. 오늘 저는 총리님을 보내드리며 저에게 남겨주신 세 글자를 다시 새깁니다.#
진실하겠습니다. 국민 앞에서, 역사 앞에서 한순간도 거짓을 말하지 않겠습니다.#
성실하겠습니다. 어떤 역경이 와도,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자리를 지키고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.#
절실하겠습니다. 총리님께서 평생을 품으셨던 그 꿈,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깃드는 그날을 향해 단 하루도 목마름을 잃지 않겠습니다.#
총리님 보고 싶습니다. 안녕히, 부디 편안하시기 바랍니다.#
2026년 3월 14일#
더불어민주당 공보국#
정청래 발언 구간 끝

